DISC로 살펴보는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어떤 이와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지만, 어떤 이와는 아무리 조심스럽게 대하더라도 자꾸만 오해와 갈등이 생기곤 합니다. 의사결정 속도가 달라서 답답해하기도 하고, 대화와 서통의 방식이 달라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지요.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마음에…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어떤 이와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지만, 어떤 이와는 아무리 조심스럽게 대하더라도 자꾸만 오해와 갈등이 생기곤 합니다.
의사결정 속도가 달라서 답답해하기도 하고, 대화와 서통의 방식이 달라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지요.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마음에 질문을 품습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 ‘왜 내 진심을 몰라줄까?’
사람의 행동 양식을 이해하는 대표적인 틀인 DISC 성향 모델(주도형 D, 설득형 I, 안정형 S, 신중형 C)을 통해 우리의 마음과 관계를 들여다보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주 빠지는 몇 가지 중요한 통찰을 얻게 됩니다.
1. 내가 보지 못하는 나, '사각지대(Blind Spot)'
DISC 검사를 해보면 우리는 저마다 뚜렷하게 나타나는 주 성향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원칙은 "한 개인은 네 가지 행동 양식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지 상황에 따라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요.
문제는 스스로를 잘 안다고 믿지만,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떻게 해석되는지에 대한 '사각지대(Blind Spot)'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신중함과 정확성을 추구하는 C형이나 S형은 스스로 정중하고 신중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하지만, 외향적인 D형이나 I형에게는 '차가워서 다가가기 어렵거나 답답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추진력과 실행력이 뛰어난 D형은 좋은 의도로 일을 이끌었을 뿐이지만, 안정과 평화를 바라는 S형에게는 '나를 밀어붙이고 강요하는 사람'으로 느껴질 수 있지요.
나에게는 지극히 당연하고 합리적인 행동이, 타인에게는 뜻밖의 부담이나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스스로 바라보는 '나의 의도'를 넘어, 나를 아끼는 주변 사람들이 전해주는 솔직한 피드백에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우리는 나의 '사각지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2. 나의 '가장 큰 강점'이 타인을 비추는 '잣대'가 될 때
관계에서 겪는 갈등의 대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가장 뛰어난 장점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우선순위가 역설적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엄격한 '잣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안정과 정돈된 질서를 우선시하는 S형과 C형은, 대책 없이 성급하게 밀어붙이거나 주도하려는 D형을 만날 때 깊은 거부감을 느낍니다. 상대가 가진 뛰어난 추진력이나 열정보다 '강요'나 '불안정함'이라는 단점에 먼저 눈이 가게 되지요.
정확성과 논리를 가치 있게 여기는 C형은,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열정적이지만 세부적인 체크가 부족한 I형을 볼 때, 그 사람이 조직에 불어넣는 따뜻한 온기와 에너지를 놓치기 쉽습니다.
우리는 은연중에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D의 결과, I의 열정, S의 안정, C의 정확성)를 상대도 당연히 첫 번째로 두어야 한다'고 기대합니다.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나 팀원을 바라보는 리더의 시선에서 이러한 모습이 특히 잘 나타납니다. 내가 가진 좋은 결을 상대에게도 심어주고 싶어 애쓰지만, 그것이 도리어 상대의 장점을 가리는 틀이 되기도 합니다.
3. 잣대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누군가의 행동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이해되지 않을 때, 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바라보는 우선순위와 속도가 다를 뿐이라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방식을 상대가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향이나 기여가 가치 없지는 않습니다.
조금 세심함은 부족해도 늘 특유의 친화력으로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I형이 있고,
서글서글하게 다가서진 않아도 침묵 속에서 사전에 위험을 철저히 점검해 주는 C형이 있으며,
조용하지만 변함없는 충실함으로 자리를 지켜주는 S형과, 망설일 때 결단력 있게 길을 열어주는 D형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가 속한 삶과 공동체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관계가 성숙해진다는 것은 타인을 내 기준과 DISC 성향에 맞춰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쥐고 있던 잣대의 폭을 넓히는 일입니다. 내가 귀하게 여기는 가치만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방이 가진 고유한 기여를 공정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 마음의 거리는 비로소 가까워집니다.
글을 마치며
우리가 DISC라는 틀로 나와 타인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진짜 이유는, 사람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재단하기 위함이 아닐 것입니다. 나라는 사람의 한계를 겸손히 인정하고, 타인이 가진 고유한 성향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 위함입니다.
오늘 하루, 내가 가진 성향이라는 잣대로 누군가를 조용히 저평가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혹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나의 사각지대는 무엇이었을지 가만히 돌아보는 정적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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