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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이 스크린 밖에서 벌이는 전쟁: 영화 《암살자들》과 양극화된 우리 사회의 초상

​최근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이 스크린 밖에서 거센 풍랑을 맞고 있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정작 인터넷 공간은 영화의 만듦새나 예술성에 대한 논의 대신 핏대 세운…

영화 한 편이 스크린 밖에서 벌이는 전쟁: 영화 《암살자들》과 양극화된 우리 사회의 초상 썸네일

​최근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이 스크린 밖에서 거센 풍랑을 맞고 있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정작 인터넷 공간은 영화의 만듦새나 예술성에 대한 논의 대신 핏대 세운 정치적 대립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보수 성향 유튜버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단체로 1점 평점을 매기는 이른바 '별점 테러'가 공유되고, 출연 배우들의 SNS에는 수천 개의 비판 댓글이 몰렸다. 정치권 역시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선동'이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거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실관객의 평가와 인터넷 공간의 평점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이 기이한 현상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극단적 양극화와 진영 논리의 병리 현상을 아주 명확하게 보여준다.

​1. 예술적 픽션과 정치적 잣대의 충돌

​영화 상영을 앞두고 감독은 "감춰졌던 진실이나 배후를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 속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예술은 때로 역사적 사건에 상상력을 더해 시대의 비극과 인간 군상의 내면을 조명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중과 정치권은 이를 '문화적 텍스트'로 소비하기보다 '정치적 진영 싸움의 도구'로 취급한다. 내 편의 서사에 부합하면 칭송하고, 반대편의 기류가 감지되면 어떠한 맥락도 맥을 못 춘 채 '왜곡'과 '선동'이라는 라벨이 붙는다. 예술적 상상력이 숨 쉴 공간은 사라지고, 오직 '우군인가 적군인가'라는 이분법적 잣대만 남은 셈이다.

​2. '별점 테러'와 디지털 집단주의가 만든 확증편향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 벌어지는 악플과 별점 테러는 단순한 호불호의 표현을 넘어선다. 그것은 상대 진영에 타격을 주겠다는 조직적인 행동이자, 집단적 과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서사와 다른 해석을 한 번이라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이 태도는 알고리즘이 심어놓은 확증편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각자의 필터 버블(Filter Bubble) 속에서 소비한 정보만을 절대적 진실로 믿는 사회에서는, 다른 각도의 질문을 던지는 영화 한 편조차 '사회적 단죄'의 대상이 되고 만다.

​3. 스크린을 넘어 삶 전체를 침범한 양극화

​더 깊은 문제는 이러한 극단적 대립이 영화계나 특정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 언론, 문화를 넘어 일상의 대화 영역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모든 주제는 이제 '보수 대 진영', '좌 대 우'라는 프레임에 갇혀버렸다.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공론장(Public Sphere)'은 해체되었고, 오직 상대를 타도해야 할 비난과 멸시의 대상으로 보는 '정서적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만 깊어지고 있다. 문화적 다채로움과 건강한 비판의식 대신, 내 편이 아니면 적으로 돌리는 냉혹한 적개심만 팽배해진 것이다.

​결론: 우리는 타인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소동은 단순한 영화 평점 논란이 아니다. 그것은 다원성과 다양성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불안한 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끊임없이 피고 지며 제자리를 지키는 무궁화처럼, 성숙한 사회라면 서로 다른 시선과 가치관이 공존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타인의 상상력과 다른 해석에 분노하며 징벌적 평가를 매기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정말 나와 다른 목소리, 나와 다른 역사적 상상력을 직시하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질문과 성찰이 사라지고 오직 '확신과 비난'만 남은 사회는 결국 스스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스크린 밖의 전쟁을 멈추고, 우리 안의 뿌리 깊은 적개심을 거두어내는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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